희안이 2017. 7. 18. 18:16

살아오면서 답답하거나 절실했던 기억이 없다.

그래서 늘 내 삶은 한계가 있었다. 그리고 그 한계를 넘어서고 싶었던 기억이 없다.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기본적인 건 누릴 수 있었던 어린 시절과 반항할 필요가 굳이 없었던 청소년기를 거쳐 살아왔으니까.

경제적으로 아주 여유가 있었던 건 아니지만 하고 싶은 걸 하기에는 약간 부족하다 싶은 경제적 지원은 그냥 그렇게 나름 살아가기 충분하게 만들어줬다. 

그러나 더 멀리 돌이켜보면 분명히 나는 많은 형제들 안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아기 위해 발버둥 쳐야하는 입장에 있었고, 한 순간도 그 위치를 벗어난 적이 없었다. 그렇게 버티고 살아오기 위해서 나는 착한 가면을 쓰기 시작했고, 점점 나를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나의 요구는 한 번도 입 밖으로 나간 적이 없고, 그냥 주어지는 대로 살아도 큰 탈이 없었으니까.

그럼에도 나는 행복한 사람이라고,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굳이 내가 요구하지 않아도 되니까.

아니 내가 요구해야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살았으니까.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살았으니까.


그 모든 걸 깨닫게 된 시간은 어쩌면 너무 늦어버린건지도 모르겠다.

정확히 십오년 전의 일이니까. 

그 십오년 전, 나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