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의 삶이 부럽다거나 따라하고 싶다거나 그런 건 없었는데
가끔 올라오는 감정이 있다.
열등감.
세상에 나보다 잘난 사람이 한 둘이겠느냐만.
워낙 잘 난 사람이 많아서 다 흘려 넘기는데 가끔 올라오는 열등감은 어찌할 수가 없다.
그들의 편해보이는 삶이 부럽고, 그들의 지식이 부럽고, 여유 부릴 수 있는 시간이 부럽고, 젊은 나이가 부럽고, 젊은 나이에 무언가 만들어 낸(듯 보이는) 그들이 부러웠다.
그리고 거기서 올라오는 열등감, ,비교.
나는 왜 그 때, 그 시절에 그러지 못했던 걸까. 나는 왜 그 시기에 그렇게 지냈던 걸까. 나는 왜 그걸 하지 않고 포기했던 걸까. 나는 왜 한 순간도 간절하게 무언가 하려고 시도하지 않았던 걸까.
밑도 끝도 없이 불쑥 솟아나는 열등감과 자괴감은 내 기저에 깔려있는 우울감을 더욱 부추겨준다. 그리고 삶에 대한 의지마저 사라지게 한다. 어차피, 살아도 굳이 아쉬울 것 없고, 죽어도 아쉬울 것 없다면 복잡한 세상에서 살 이유가 뭐가 있을까.
그래서 나는 내 삶의 한계를 정해둔 것일지도 모른다.
가정환경, 힘 써서 무엇인가 획득할 필요가 없었던 시절들이 내게 영향을 주었기 때문에 나는 그냥 있는 것에 안주하며 대충 살아도 된다고 생각했었으니까, 있는 것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 비참하지 않게 삶을 마무리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했다.
삶과 죽음의 기로에 대한 몇 번의 시도가 있었으나, 그 조차도 치열하지 못했던 시절. 무엇하나 치열하지 못했던 내 스무살 시절이, 머릿 속에서 상상의 나래를 펴는 것으로 충분하고, 입으로 내뱉는 무의미한 문장들의 나열로 무엇인가 있어보이는 것으로 충분했던 그 시절이,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나는 과연 다른 삶을 살았을까 생각해보게 만든다.
누가 그랬더라, 절대 만들어 질 수 없는 것이 타임머신이라고....
혹시 그 것이 개발되어도 나는 과거로는 가고 싶지 않다. 과거를 바꾼다고 불쑥 올라오는 이 감정이 사라질거라 기대하지 않으니.
차라리 나의 존재가 완전히 사라진 미래가 더 나을 듯. 어차피 있어도 없는 것과 똑같은 현재나, 없는 미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