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da Cotidiana

즐거운 문화생활

희안이 2017. 8. 11. 21:17
한창 더워서 어딘가 피신해야할 것 같았던 때엔 꼼짝않고 집에 있다 날씨가 선선해지니 마치 무언가에 홀린 듯 집을 나서게 된다.
그동안 버려두고 가 보지 않았던 여러 곳을 마치 하루하루가 마지막 날인 것처럼 찾아다니는 요즘.
늘 보면서 생각만하고 가지 않았던 Bancaja와 최근 복원이 마무리 된 Palacio Cervelló를 다녀왔다.
결론은 성공적. 한참 글을 썼으나 미친 핸드폰이 갑자기 리셋되는 바람에 다시 쓰는 건 안 성공적. 그나마 날씨가 선선해져 짜증을 참을 수 있게 해 준 게 다행이라고나.

일단 방까하부터.
여기는... 한국으로 치면.. 기억하는 사람이 있으려나 모르겠지만 조흥갤러리와 비슷한 곳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광화문 동화 면세점 근처에 있던. 1층에 KFC도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지금은 조흥은행도 없어지고 갤러리도 당연히 없어지고. 그러나 한 때 젊은 작가들 공모전을 활발히했던, 나름 문화에 투자했던 곳이었는데..
방까하는 조흥갤러리와는 전혀 다른 성격이다. 사회문화공헌관련 사업이라는 것만 제외하면.
이 곳에서 하는 전시들은 외국 유명작가, 자체 소장전 등 꽤 규모가 큰 전시들이 많다. 지난 만 4년동안 계속 바뀌는 전시 플랜카드를 보면서 드디어.. 드디어.. 프란시스 베이컨 전시를 보러 가 보았다는 거지. 베이컨 전시 뿐 아니라 방까하 소장 추상화전시도 함께 이루어지고 있다. 이것도 사실 더 미루면 안되겠다 싶어 간 거였고, 가기 전에 검색해보니 입장료 공짜. 하하하하(여긴 그냥 들어가는 미술관 몹시 많다). 사실 방키아도 그렇지만 근처 14세기에 지어징 산토 도밍고 수도원도 꼭 봐야하는데 현재 스페인 군대의 주둔지이며 관리하에 있는 여긴 경당만 일반공개고 수도원 내부는 따로 예약을 해야만 볼 수 있는 곳이어서.. 다음에 기회되면 들른 뒤 설명.
일단 처음의 목적으로 돌아가자.

밖에서 보면 그닥 커보이지 않는데 실제 들어가서 보니 몹시 크더라. 단순히 전시장만 있는 게 아니라 박물관 참여수업을 할 수 있는 공간도 있고(didactica) 기념품 판매 공간도 있다. 즉 건물전체가 하나의 완전한 미술관이라는 거. 내부 전시들은 더 말할 것도 없이 좋았다. 흙흙. 모든 전시들은 사진촬영 금지라 전시장 입구만. 대신 전시 비디오들은 이리로 https://vimeo.com/224284819

베이컨의 드로잉 작품들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베이컨의 말년 작품들로 70년대 후반부터 그가 사망한 92년까지의 작품들이다. 모두 종이에 크레용과 연필을 이용해 드로잉을 하고 종이에 오려붙인. 크기는 전지에서부터 사절지 정도까지.
드로잉작품만 주욱 보니 참 좋더라. 그의 페인팅에서 보여지던 폭력적인 느낌-개인 감상임-이 훨씬 적게 느껴지고 왠지 인간적인 냄새가 물씬 풍겼다고나.

전시장 맞은편에 있는 베이컨 어록 한줄도 찰칵.

그리고 방까하 소장 추상작품전. 4~50년대 태생 작가들의 80년대 중반부터 최근까지의 작품들을 모아서 한 전시. 
이 전시의 작품들을 촬영해 둔 비디오는 여기로 https://vimeo.com/219523526

아.. 정말 너무 좋았다. 그 중에서 가장 마음을 빼앗긴 건 아일랜드 작가인 Sean Scully. 크으... 그의 판화연작은 감동. 이번전시 최애. ㅎㅎ

그리고 거기 적혀있는 작가들의 한마디 중 맘에 든 몇몇 작가들의 글들만 가져왔음.

모옵시 즐겁게 전시를 보고 나와 옆에 있는 세르베요 궁전으로 이동.
여긴 구왕궁문서고가 있던 자리이고, 19세기초 나폴레옹이 쳐들어와서 왕궁을 파괴한 뒤 왕궁으로 사용되던 세르베요 백작의 궁전이다. 여기도 인상적.
구 문서고 답게 예전 도시의 모습에 대한 사진도 있고 하이메 1세때부터 19세기까지 기록된 문서들이 전시되어 있기도 하다. 물론, 관리가 아아주 썩 잘되는 것 같지는 않지만, 역사를 알고 도큐멘트를 안다면 너무나 재미있는 곳.

1853에 만들어진 도시 모습지도. 자세히 보면 카테드랄을 비롯 각 주요 건물들의 평면도 모양이 그려져있고, 밝게 보이는 부분이 현재 구시가의 모습이라는 거다. 이게

1895에는 요렇게 나타나기도.
지층에 있는 전시장 중 한 곳에서는 페르난도 7세, 이사벨 2세 등이 사용했던 미사책, 그 시기의  편지 등을 전시해뒀고
다른 한 곳은 앞에서 얘기한 하이메 1세부터 관리되어온 문서들을 전시해뒀다.

요게 하이메 1세때부터 관리되어온 문서들을 책으로 엮은 샘플임. 


이건 14세기 새로 도시로 이동해 온 사람들에 대해 기록해 둔 책.
1층에 올라가면(한국으론 2층되시겠다) 왕족들이 지냈던 공간들과 도서관이 있다.
벽들도 인상적이지만 바닥도 인상적. 저게 세라믹 위에 그림을 그린게 아니라 처음 만들 때 디자인을 다 맞춰서 해서 타일을 만든 뒤 붙여서 바닥을 장식한거다.

이 벽들은 다 그림임. 크어...
그리고 아래 도서관.

실제 저책을 가지고 오면서 도서관 흉내를 위해 새로 넘버링을 한 건가 의심스럽기도 했지만 그러기에 붙어있는 책 시그니처 코드 종이가 너무 누렇게 바래져 있다.

간만에 아침에 전시들도 보고 옛날 문서고 자리 궁전도 다시 구경하고.
예전엔 10월 9일 발렌시아 독립일 즈음에만 시에 있는 모든 궁전을 오픈했는데 요즘은 대부분 가서 볼 수 있게 해뒀다. 물론 정부건물들이어서 볼 수 있는 부분도 제한되어 있지만 대표적으로 제네랄리탓은 주말에는 아예 구경하세요 팻말도 꺼내두더라.

사실 크게크게 뭔가 유명한 것보다 소소히 볼 게 많은데 그런 걸 안내해 주는 곳이 아무데도 없으니...
그래서 더 안타깝고 사랑스러운 도시 발렌시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