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부정적인 관광지 바르셀로나 이야기
이런 저런 사연으로 잠시 다녀온 바르셀로나.
사라고사 여행을 마무리 하기도 전에 바르셀로나를 굳이 끼워 넣는 건...
그냥 그 도시에 대한 피로함을 이렇게라도 빨리 떨쳐버려야 할 것 같아서이다.
두번째 바르셀로나..
첫번째는 이미 13년 전인 2001년.
혼자 여행을 다니며 들렀고, 그리고 지금.
돌이켜보면, 한 순간도 바르셀로나를 다시 가고 싶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훨씬 오랜 시간을 머무른 로마나, 파리는 비슷한 규모의 대도시임에도 불구하고 늘 언제든 다시 가고 싶다는 열망으로 가득 차 있지만, 이상하게 바르셀로나는.... 전혀...
게다가 이 곳 발렌시아에서 지내기 시작하면서 역사적으로, 문화적으로 얽힌 미묘한 관계가 내게도 분명히 영향을 미쳤을 것이고.
이번 바르셀로나는 사실 몬세랏을 함께 가기 위해 간 것일 뿐, 사실 시내 관광은 애초에 크게 관심이 없었던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몬세랏을 보러 굳이 바르셀로나까지 갔으니.... 다시 한 번 기억을 더듬어보자는 생각 또한 있었지만, 나름 꽤 많은 유럽의 도시들을 돌아다녔던 내게 그 도시는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았던 곳인지도. 아니, 그 이전에... 그 도시의 '돈'에 대한 열망이 작품을 상품으로 변화시킨 그 모습이 이미 내게 더 거부감을 주어서일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이 바르셀로나에 열광하는 이유는.. 대개 가우디 때문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시각으로 보았을 때, 바르셀로나는 가우디와 바르사 축구팀을 제외하고는 문화도, 역사도 아무것도 없다. 게다가 가우디와 바르사 역시 길게 잡아봐야 백년 남짓의 역사이니... 뭘 더 얘기할 수 있을까.
첫번째 여행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곳은 Tibidabo에 있는 'Templo del Sagrado Corazon'과 길 안내를 해 주었던 Yolanda가 나를 위해 바르셀로나 책을 사주면서 한국어로 된 책은 없는 지 물어봤던 것.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물론이고, 구엘공원도 가고, 까사 밀라도 가고, 까사 바뜨요와 그 이외에 골목골목에 있는 가우디의 작품들을 다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보고싶다는 생각을 한 순간도 한 적이 없었던 것은...
왜 사람들이 좋다는 바르셀로나라는 도시가 내겐 전혀 인상적으로 다가오지 않았을까 생각해보니..
서울과 다를 게 없어서다.
늘 다시 가고 싶은 도시들은 자연이 늘 그 도시에 함께 한다. 파리도, 로마도. 물론 두 도시 모두 강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강 이외에도 곳곳에 있는 공원들이 대도시임에도 불구하고 그 자연으로 인해 삭막함을 해소해주는 기능을 가지고 있음이 내겐 느껴졌나보다.
불행히도 바르셀로나는 내게 서울과 같다. 매력이라고는 전혀 없는 도시일 뿐인 곳.
사람들 사이의 어떠한 관계조차 성립될 수 없는.
처음 유럽을 온 사람들에게 바르셀로나는 매력적으로 보일 지 모르겠지만, 그 도시의 건물들은 유럽 어디를 가도 보는 것이니... 이미 이 곳에서 지내고 있는 내게 단 하나도 매력적으로 보일 구석이 없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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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 제대가 보이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내부 | 나무를 형상화 한 까딸란 특유의 양식으로 만들어진 실내 | 가우디의 제자가 만든 수난 부분 '십자가의 길' 중 일부분. |
사그라다 파밀리아가 특이하고 예쁘다는 건 인정한다. 그리고 자연을 성당 내부로 옮겨온 그의 설계도 그대로 만들어진 것도 예쁘다. 하지만. 단 한순간도 그 내부 공간이 '성당'으로 내게 느껴지지 않았다는 건....
이미 바르셀로나가 그 곳을 관광상품으로만 대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사람들이 가우디에 열광한다.
사그라다 파밀리아에 열광하며 2026년 완성을 기다린다.
미안하지만 내게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가우디의 작품이 아니다.
현재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일본 건축가가 책임을 맡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가우디의 죽음 이후로 몇몇의 제자들을 거치고 거쳐 온 결과다. 가끔 주변에서 비웃는다. 일본사람이 가우디의 작품을 완성한답시고 나서다니... 라며. 나 역시 -이건 일본건축가를 비하하는 말이 아니다. 까딸란들의 장삿속을 비웃는 말이다-
물론, 사후에 그의 작품세계가 더 알려지고 유명해지는 예술가가 생전에 유명한 예술가보다 더 많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림이나 조각은 작품 자체는 사후에 알려지더라도, 그로 인해 그의 후손들이 덕을 입을지언정 건축은 좀 다르지 않나??? 건축전공이 아니어서 잘 모르겠지만, 그리고 가우디의 그 놀라운 상상력과 설계는 감탄을 하지만, 설계자가 아닌 다른 사람이 그의 설계를 이어받아 작품을 만드는 것이... 과연 최초의 설계자가 가진 생각이 그대로 드러난다고 할 수 있을까???
몹시도 예쁘긴 하지만, 사그라다파밀리아에서는 저 예쁘다고 말하는 나무를 형상화한 저 디자인조차 너무나 차갑고 냉정하게 느껴질 뿐이라는 거. 뭐.... 나만 그럴지도 모르겠다.
완성품인 사그라다 파밀리아도 사실 궁금하지 않다.
앞서 언급했지만, 그건 가우디의 작품이 아니니까.
바르셀로나는 가우디의 상품화를 통해 돈을 벌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까딸란의 유일한 상품이니까.
가우디를 제외한 나머지가 '돈'에 그닥 영향을 주지 못해 묻히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