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da Cotidiana

모든 성인의 대축일, 그리고

희안이 2018. 11. 2. 08:06
11월 1일은 교회력으로 모든 성인의 대축일이고 이곳 스페인은 국가 공휴일이다. 지난 주 갑자기 기온이 낮아져 추워지고, 비도 자주 오고해서 기분이 가라 앉았었는데 오늘은 해가 쨍 나더니 기온이 좀 올라서 그나마 좀 살만해졌다고나 할까.
어젠 한 동안 마시지 않았던 와인이 마시고 싶어 한시간 남짓동안 와인 한 병을 다 마시고 혼자서 할 수 있는 술 주정을 하고 대성통곡을 하고 잤더니 아침엔 머리가 깨질 듯 아팠다. 이 얼마만에 느껴지는 숙취인지. 덕분에 침대에서 늦은 시간까지 딩굴대다가 느지막히 미사를 갔다.

그리고 미사 강론 때에 오늘은 모든 성인의 대축일로 각 기념일이 성인들에게는 다 있지만 각 가정에서도 가족들의 성인이 있다는 얘길 했다.
이미 먼저 돌아가신 조상, 부모님... 등이 우리 가족의 성인으로서 우리를 위해 하늘에서 기도해주고 있다고.
이 얘길 왜 하느냐하면, 11월 2일이 한국말로는 위령의 날인데 이 날이 스페인사람들에겐 모든 망자를 기억하는 날이다. 그런데 위령의 날은 공휴일이 아니어서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든 성인의 대축일인 11월 1일에 묘지를 간다는 거다. 마치 한국에서 추석 때에 성묘가듯이.
스페인은 지역마다 매장문화가 조금 다르기도 해서 땅에 매장을 하거나, 납골당처럼 생겼지만 그대로 매장을 하는 곳이 있기도 하다. 납골을 하는 경우는 아직 아주 많지는 않지만.
요즘 알쓸신잡에 보면 무덤러버 김영하 작가가 유럽의 묘지들을 다니는 모습이 많이 보이는데 그런 식의 무덤이 있는 곳이 여기도 있지만 여기는 다양하니까.
내가 가 본 곳은 친구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갔었던 발렌시아 근처 작은 도시의 무덤이었는데 시립무덤이지만  입구엔 한 가족만을 위해 작은 경당이 있는 무덤이 있기도 하더라. 그리고 묘지 내에 구역 별로, 각 층마다 붙어있는 사진과 이름과 그를 기억하는 가족들의 한 마디가 적혀있다.

가족 무덤을 찾아가는 사람들은 대부분 꽃을 가지고 간다. 그 수량이 얼마나 많은지 뉴스에 나올정도다. 오늘 하루를 위해서 남미에서 수입된 꽃들이 엄청나다니까. 사실 여기에선 한국에서 보이는 고가의 플로리스트 작업은 쉽게 찾을 수가 없고, 우리 동네는 꽃을 사려면 시장을 가거나 시청광장을 가는 게 일반적이긴 한데 이게 또 여기의 문화니까.
공원묘지가 한국처럼 도시에서 한 참 떨어진 곳에 있는 게 아니어서-물론 도시에 바로 붙어있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찾아가기가 어렵지는 않을거라고 생각은 하지만 그래도 언제 성묘를 가는거지?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 답을 6년만에 얻었다.
그리고 한국에 있었으면 나도 아빠를 만나러 갔을까...란 생각을.

쓰고나니 왠지 아무말 대잔치가 된 듯.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