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da Cotidiana

처음으로 병원에

희안이 2019. 1. 7. 06:49
스페인 생활도 어느덧 만 5년하고도 몇 개월이 지났다. 
햇수로 따지자면 7년째가 되는건가. 

해외생활이란게 대개 그렇듯 쉽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그 중 가장 힘든 건 아플 때.
한국에서 나올 때 가지고 온 약들이 좀 있지만 거의 다 먹었고 감기약은 다른 글에도 언급했듯이 이부프로펜으로 모든 걸 퉁치고.
소화가 안된다거나 기타 등등의 상황일 땐 아주 심하지 않으면 엄청나게 다양한 티를 마신다. 허브티. 찬장 가득. 사진에 보이는 건 절반 되시겠다.

허브티가 얼마나 다양하냐하면 가장 쉽게 마시는 민트나 만사니야(카모마일쯤 되시겠다) 이외에도 집에 그냥 비치해 두는 게 진정효과가 있는 틸라, 여러가지 허브를 섞어 만든 소화용, 잠자기전에 마시는 수면용, 스트레스가 만땅일 때의 안티스트레스 등등. 거기에다가 개인적으로 차 마시는 걸 좋아해서 구비해두는 잉글리시 블랙퍼스트에 녹차까지. 물론 대부분 허브티는 티백으로 마시는데, 스페인에선 인푸시온이라고 얘기한다. 식당에서 밥 먹고 나면 커피를 마시기도 하지만 인푸시온 종류를 물어보고 마셔도 되고(이 때 가장 흔히 마시는 게 만사니야와 멘따). 
배가 아파진 이후로는 레갈리스(영어로 리코리스, 냄새가 아주 독특하고 맛도 특이한 허브)를 구비해 두었다. 
티를 뭘 마신다고 얘기하려던 건 아니고, 원래 글의 목적으로 돌아가서...

한 달 가까이 앓던 위염이 거의 진정되긴 했으나 여전히 속이 개운해짐 건 아니어서 결국 크리스마스 때 친구 엄마가 얘기해서 병원을 가기로 결심했다. 유학생들은 비자 갱신 때마다 보험 증서가 함께 있어야 하기 때문에 건강보험 중 가장 기본인 보험을 가입해 두긴 했어도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 알 수가 없으니 약을 사먹는 걸로 퉁치는 경우가 많고, 대부분이 그렇듯 약을 먹고 2주가 지나도 회복되지 않으면 의스를 찾아가라는 게 이 곳 약들에 씌여진 안내문이기도 해서...

국립병원들은 엄청나게 기다려야 한다. 여긴 국적자들에게는 무료고 영주권의 경우-정확하지는 않지만- 직장이 있어서 직장에서 건강보험을 가입해 주는 경우는 그냥 이용하면 된다. 그러나 내 경우는 그게 아니어서. 물론 스페인 사람들도 사보험 가입 많이한다. 국립병원들은 무료이지만 대기시간도 너무 길고 의사 만나기도 너무 힘들어서. 
내 보험은 가장 기본 보험이라 보험이 있어도 진료때마다 돈을 내야하는데 돈 10센트도 안내고 모든 진료와 입원까지도 다 커버 받으려면 최소 55유로 이상 보험료를 내야하는데-내가 가입한 보험회사의 상품에 한해서. 다른 보험회사들 금액은 당연히 다를거고 얼마인지도 모른다- 이번에 병원을 가면서 고민을 계속했다. 보험비를 좀 더 많이 내고 진료비를 적게 낼 것인지 아니면 그냥 기존 보험으로 갈지. 
머리를 굴리고 굴려보니 아무리 내가 병원을 간다고 해도 그 차액만큼 병원비를 낼 것 같짐 않아서 그냥 기좀 보험대로.

사보험을 가진 사람들은 사립병원을 간다. 우리동네에선 크고 알려진 곳이 퀴론, 마프레 보험에서 하는 병원도 있고, 다른 사립병원들도 있다. 난 퀴론을 갔는데 그건 친구 형이 그 병원 재활센터에서 근무하고 있어서 일단 예약이 쉬워서.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전화를 받아 일단 예약 없이 병원에. 친구네 형이 얘기해서 가족들이 가는 일반의에게 진료를 받았다.
증상을 줄줄 얘기하고 약을 먹었다했더니 무슨 약인지 물어보고는 아프지 않으면 먹지 말라고 한다. 사실 거의 다 먹었는데 약들은...
그리고 침상에 누워 복부 여기저기를 체크하더니 검사 받고 다시 얘기하자고. 
여기 사설 병원들은 각 병원별 혹은 의사별로 보험회사들과 계약이 되어있다. 사실 퀴론이 포함되는지 여부도 전혀 몰랐는데 다행히 내 보험회사도 포함이 되어 있어서. 

그리고 새해가 되어 병원에 검사 받으러. 
얼마를 더 내야하나 대충 확인해보니 한국에서 유학생 건강검진 받을 때 낸 돈의 50%정도 더 내고 그거보다 더 많이 검사를 받는 듯. 

피검사, 소변검사, 헬리코박터균 검사, 그리고 위장조영술까지. 
피검사 소변검사야 뭐 다 아는 것들이고 헬리코박터균 검사는 대봉투를 주는데 그 안에 뭔가 낯선것들이. 방법을 얘기하는데, 봉투 하나는 숨을 크게 쉬어 내 뱉고

여기에 든 약을 먹은 뒤 20 분뒤에 다시 다른 봉투에 숨을 내뱉어 잘 덮어 오라고. 

그리고 위장조영술. 예약하러 가니 7시간 금식을 해야한다고. 다행히 휴가기간이라 사람이 없어서인지 바로 다음날 예약.

갔더니 간단한 문진표와 대봉투-결과를 담앚 는 봉투임-를 주었고. 
문진표는 촬영 전 담당 기사가 작성. 
그리고...
토할 것 같은 맛이 나는 약을 들이키며 촬영. 말도 빠르고 병원은 언제든 너무 싫어서 버벅대다 촬영을 마치고 나왔다. 
결과가 나오는데 걸리는 시간은 처음 세개는 열흘정도. 위장 조영술은 1주일.
결과가 나오면 다시 의사를 만나러 가야한다.

그리고 한국에서 도착한 약들.
친구가 한국 다녀오는 길에 받아왔음. 

한국서 도착했는데 정작 한국 약은 없다.
텀스는 조카가 아마도 캐나다 여행갔다 사온 듯. 그리고 카베진은 9월에 일본에 간 친구에게 부탁해 사온 100알짜리를 다 먹은 상태라 구입항 방법을 찾았더니 형부가 일본 갔다 사온 게 있어 나에게 토스.

아.. 
병원비는 얼마나 정확하게 나올거며 어떻게 내는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네. 결과가 나오면 보험회사에서 돈 내라고 연락이 오는건지 아니면 일단 돈 내고 차액을 받는건지. 

그러나 지금은 그냥 좀 덜 아프면 좋겠다.
좀 괜찮아졌다고 조심하지 않았더니 다시 배가 아프려고 한다. 
아프지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