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da Turista

나는 왜 다시 걷기로 결심했을까?

희안이 2019. 4. 22. 04:49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걸까. 
왜 이 먼 길을 가고 있는건지.

이 생각 저 생각하다가 부활 방학을 맞이하여 다시 까미노를 걷기로 했다. 재작년에 길을 마쳤던 로그로뇨부터 다시.
재작년엔 올해보다 더 갑자기 길을 걷기로 결심하기도 했고 그래서 기간도 몹시 짧았었다. 그러나 올 해는 이래저래 마음의 준비(?)도 하고 시간도 좀 길어서 새로운 마음으로. 

집을 나와 로그로뇨로 오기 위해 버스 터미널로 가면서 계속 생각했다.. 아.. 걷기 싫어 걷기싫어 걷기싫어... 나 왜 다시 걸을 생각을 한거지??라며. 

재작년 로그로뇨에서 돌아올 때 발렌시아에서 로그로뇨까지 다이렉트 버스가 있다는 걸 알게되었다. 스페인 교통시스템은 땅덩이가 큰 만큼 버스 회사 하나가 전국을 다 돌아다니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버스 회사를 잘 알아둬야 좀 편하게 이동할 수 있다. 
아무튼 그 버스회사를 기억해뒀다가 직행으로 오는 버스를. 그렇지 않으면 사라고사에서 갈아타거나 마드릿에서 갈아타거나 했어야 해서 이래저래 불편했을텐데, 비용도 좀 더 많이들고. 아무튼 버스를 탔다.

버스는 영화도 보여준다. 버스마다 기사 맘인데 이 버스는 기사가 50센트에 이어폰을 팔더라. 물론 난 bts신곡 듣느라 다 패스. 몇몇 잼나는 영화도 해 주는 듯 하던데... 여기 올 때까지 화면 상으로 세 개의 영화가 보였다. 제목은 다 모르지만 홈즈 역을 했던 데이비드 컴버배치가 나오는 이상꾸리한 무술 쓰는 영화, 아, 닥터 스트레인저인가보다.. 그리고 눈 대따 큰... 그.. 앤 해서웨이의 인턴. 아.. 그 나이많은 배우가 이름이.. 이름이... 그리고 마지막이 맷 데이먼이 나오던대.. 본 시리즈인가 글쎄 잘. 아무튼. 그랬다. 중간에 두 번 쉬었는데-여기는 법적으로 운전 시간 당 몇 분 의무적으로 쉬어야한다. 안쉬면 버스 기사는 엄청난 벌금을. 그리고 밤에도 최소한의 시간을 쉬어야 하는. 

이 버스회사 의자의 특징은 가로로 갈라져가 되는 시스템이다. 그러니까 왼쪽의 사진처럼 붙어있는 의자가 복도쪽애 앉은 사람이 작동을 하면 오른쪽 사진처럼 의자 두 개 사이거 벌어져 좀 더 공간의 여유가 생기는. 덩치 큰 사람이랑 같이 앉아서 갈 때 참 좋을 듯. 그리고 그냥 모르는 사람끼리 앉을 때 공간을 띄워주면 서로 부딪히는 불편함이 줄어들테니까... 굿 아이디어였음.

배낭에 다시 조가비를.

창밖의 모습.

재수가 좋은건지 내가 마지막으로 알베르게에 도착한 듯. 이 방에 아무도 없다. 꺄하하하하
덕분에 조용히 잘 수 있을 듯.
나 빼곤 다 오늘도 20킬로씩 걸어서 온 사람들일테니까... 

그나저나... 간만에 다시 걸으려니 내가 짐을 어떻게 쌌는지, 침대엔 어떻게 하고 있었는지, 어떻게 걸었는지 하나도 기억이 안난다.
아아... 
난 왜 또다시 길을 걷기로 한걸까...
의문에 의문을 가지고 걷겠구나.. 
재작년엔 날씨도 엄청 좋고 정말 즐거운 마음으로 걸었었는데. 

사진만 있어서... 네이버에 쓴 글을 가져와다 붙임. 그나저나 티스토리 여전히 맘에 안든다.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