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vidad, Belén y Reyes Magos 1
예전에 북경에서 세르반테스를 다닐 때 선생이 그랬다. 산타클로스때문에 선물값이 두배로 들어 괴롭다고. 스페인의 크리스마스가 이젠 꽤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아 산타클로스가 새로운 대상으로 자리잡았버렸으니 말이다. 그러나여전히 여기는 성탄이 지나고 주의 공현 대축일(그러니까 아기 예수가 동방박사 세사람의 방문으로 공적으로 세상에 알려진 날)을 맞이하며 선물을 받는 것이 이 곳의 전통이다. 물론 그 날은 국경일이고(1월 6일), 그 날로 겨울방학은 끝이다.
스페인말로 에피파니아(Epifanía)라고 하는 이 날 스페인 전역에서는 퍼레이드가 펼쳐진다.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축제이기도 하다. 가장 오래된 Cavalgata(스페인어로 퍼레이드라는 뜻임)가 그라나다에서 생겨났다고 하는데(얼핏 뉴스를 보았음. 정확함을 원하면 위키를 뒤져보시길. 난 귀찮아) 아무튼 이것 역시 꽤 오래된 문화로 자리잡은 이 곳의 축제다. 실질적으로 미사에 참례하는 사람이 많지는 않으나 스페인의 문화의 뿌리는 카톨릭이기 때문에 이 날 역시 카톨릭의 중요한 날과 맞물려 있고 그 날은 여전히 국경일이며 쉬는 날임과 동시에 동방박사 세사람이 아기 예수에게 선물을 가져다 준 것처럼 이 곳 아이들도 선물을 받는다. 왕관모양의 케잌을 함께 먹으면서 말이다.
카톨릭이 아닌 사람들에게는 관심없는 얘기이겠으나, 크리스마스 무렵 명동성당이나 동네 성당들을 지나가다 보면 아기 예수가 구유에 누운 모습을 만든 조형물을 볼 수 있을거다. 처음엔 아기 예수랑 부모랑 동물만 있다가 거기에 목동이 추가되고 마지막 동방박사 세 사람이 추가되면 그 해의 구유는 철거된다. 스페인은 구유를 만들지 않는다. 아예 예수가 태어난 그 고장 베들레헴 전체를 만든다. 베들레헴른 스페인어로 벨렌(Belén)이라고 하는데 그 벨렌을 전문적으로 만드는 벨레니스트가 있을 정도다. 스페인만 벨렌을 만드는 지 다른 유럽 나라들도 만드는 지 알 수는 없다. 아무튼, 벨렌은 크리스마스 시즌 스페인관광의 또 하나의 묘미이기도 하다.
역대급 최소규모인 카테드랄의 벨렌
Plaza de Reina의 구유. 한국의 성당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러나 그 규모는 모두 실물크기 이상이다.
또 즐겨 벨렌을 보는 곳 중 하나가 시장인데(내가 매주 한번은 장을 보러 나가니 볼 수 밖에), 여기 또한 나름 유명한 벨렌관광지이기도 하다. 아래에도 언급하겠지만. 올해엔 작년보다 사진을 작게 찍어 막상 올리려고 보니.. 좀 그렇긴 하지만, 메르카도 센트럴의 가장 중앙 쿠폴라 아래에 만들어 지는 이 벨렌은 꽤 정교하게 도시를 만들어 뒀다. 올핸 작년에 없던 이집트로의 탈출장면까지 만들어져있었다. 메르카도 센트럴의 벨렌은 늘 수태고지부터 장면이 만들어진다. 천사가 마리아를 찾아와 얘기하는 장면부터 엘리사벳을 방문하는 장면, 베들레헴으로 가는 장면, 중간에 보여지는 도시의 모습들과 구유에 누워진 아기의 모습들, 목동들에게 천사가 나타나 아기 예수님에 대해 이야기 하는 모습과 동방박사 세 사람, 그리고 앞에 얘기한 이집트 장면까지. 작년엔 처음 봐서 엄청 신기해하며 마구 찍었는데 올해는... 역시 자주 보니 사진보다는 감상이 위주가 되는 듯 하다.
베들레헴도시 풍경
구유에 누워진 동물들과 목동의 경배를 받는 성가정.
에집트로의 탈출장면, 에집트임을 보여주는 파라오 모습.
크리스마스를 지나면서 벨렌루트가 있어 가봐야지 하다가 오늘에서야 길을 나섰다. 물론 메르까도 센트럴은 이미 봤고, 메르까도 꼴론은.... 아마 내일이면 없을테니 패스고, 세라믹 박물관은 좀 더 오래 전시를 할 테니 곧 가서 볼 거고... 시청벨렌 철수일은 알 수 없어서 시청사도 구경할 겸 시청 벨렌을 보러 움직였다. 정권이 바뀌면서 시청사를 관광객에게 개방했고, 벨렌이 설치되어 있는 기간동안은 관람 시간이 꽤 길어져있었으나, 아마도 여기 벨렌도 내일이 지나면 철수될 가능성이 크니.. 일단.
시청을 들어가 중앙 홀에서 위를 쳐다보면 보이는 유리천장. 가운데가 발렌시아 에스쿠도이다.
좀 잘 찍었나 했더니... 왠걸 흔들리고 만 목동에게 천사가 나타난 장면.
목동과 동물들의 아기 예수 경배
동방박사 세사람이 오십니다. 선물을 가지고.
헤로데를 피해 이집트로 피신하러 가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