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da Turista

까미노에서 벗어나기

희안이 2017. 4. 30. 18:40
일주일이 지났다.
돌아오자마자 다시 나는 일상으로 돌아오느라 정신이 없었고, 쿠울하게 몇 과목은 자체 드랍시킨 학생인 나는 그냥 늘 듣던 수업만 간신히 들어가서 정신을 차리고자 시도했을 뿐.

짧은 기간이었지만 사실 나흘의 까미노는 한편으로는 충분한 시간이기도 했다.
너무도 많이 바뀌어버린 방식으로 길을 걷는 사람들을 만나기도하고, 이 나라에 대해 전혀 모른 채 왔을 때와는 달리 이 곳에 머무르면서 알게 되는 여러가지들은 길을 바라보는 방식을 바꾸게 해 주기도 했다. 길은 그대로인데 가운데 만나는 쉼터들은 어느 관광지와 전혀 다른 게 없다는 거. 순례자이거나 하이커이거나 어떤 방식으로든 해외에서 온 사람들에게는 그닥 큰 관계가 없는 얘기일지도 모르지만 여기 살면서 이 곳의 생활이나 물가나 기타등등을 알다보니,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사는 곳이 아니니까라고 생각하지만 가끔 마드릿이나 발셀보다 비싸게 느껴지는 도시들의 가격은... 좀 놀라웠다. 오죽하면 발셀에서 온 아저씨들이랑 진짜 너무 비싸다며 이야기를 했을까.
게다가 아무것도 없이 7~8킬로미터를 가야하는 구간에는 한치의 어김도 없이 간이 바들이 생겨나 있어, 걷다 쉬기엔 편하기도 했지만 길 가다 그늘을 찾아 중간에 앉아 풍경을 바라보며 물 한잔 마시고 과일을 먹거나하던 시간들은 거의 사라져버렸다. 물론 내가 마음먹으면 할 수 있는일이었긴 하지만. 게다가 워낙 천천히 걷다보니 쉬는 것 자체가 사실 무의미하기도 했고.

짐을 끊임없이 짊어지고 가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매일매일 짐을 보내고 걷는 스~~들도 몹시 많다는 것도 사실은 놀라운일이었다. 길을 걷는 이유조차도 각자 다르니 길을 걷는 방식도 각자 다를 수 밖에. 삐딱하게 보거나 어떻게 그렇게 걸을 수 있어?라며 판단을 하기 시작하면 끝도 없지만, 그 길에서 내게 허락된 건 나의 길이지 다른 사람의길에대한 평가나 판단이 아니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쑥 불쑥 올라오는 삐딱한 판단의 감정들은 어쩔수가 없기도 했다. 때로는 안타까운 마음이기도 하고 때로는 답답한 마음이기도 하고. 저럴거면 왜 온거야???라는 생각을 하기도 하지만 그 또한 그들이 걷는 방식이니까.

까미노의 휴유증은 생각보다 크다. 나만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생각보다 휴유증이 오래가지 않고 있다. 걷는 기간이 짧아서였나보다. 다행스럽게도. 그치만 같이 추억을 되살려 볼 사람들과 얘기하는 순간 나는 나도 모르게 그 길을 걷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