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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rismo de Valencia

비단박물관

희안이 2018. 4. 15. 04:07

최근 실크로드에 대한 정의(?)가 새로 이루어지면서 하나 추가된 것이 실크로드의 종착점으로서 발렌시아가 포함되게 되었다는 거다. 

어디서 그딴 얘기 하느냐고 묻지는 마시길. 학교에서 들은 얘기고 학회때 연구하면서 나온 이야기이기도 하고. 이미 15세기부터 있었던 비단 교역장인 라 론하(La Lonja)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중 하나인 건물이기도 한데, 론하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이 된 이후에도 크게 실크로드에 대한 언급은 없었으나 최근 몇 년 사이 학회에서 다루어지고 발렌시아의 유네스코 지회에서도 그 부분에 대한 학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지난 달 역사대학원 수업 중 컨퍼런스 식으로 진행되는 수업들에 관심있는 테마가 있어 들으러 갔다가 그 틈에 끼어 구경가게 된 비단 박물관. 참여한 수업은 사라고사 대학교수가 본인의 박사논문의 테마였던 중세 발렌시아의 무역 중 비단과 관련된 부분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그 교수가 연구할 당시 버려진 것이나 다름없던 비단 박물관-정확하게는 비단 제조학교라고 할 수 있겠다-의 문서들을 연구하고, 분류하고... 80년대 즈음부터 거의 30년 가까이 폐쇄되어있던 학교가 지금은 비단 박물관이 되어 일반에 공개된 것은 산니콜라스의 복원을 주도했던 오르텐시아 재단에서 역시 했었다는 것. 그리고 그 오르텐시아 재단은 스페인에서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부자이며, 발렌시아가 그 중심인 수퍼마켓 체인 메르카도나의 설립자의 부인이라는 것. 

어찌되었건 몇 십만 유로를 차출하여 재단을 만들고, 건물 전체를 복원하고, 과거의 내용들을 다시 정리해서 공개하는 일련의 과정들을 거친 뒤 박물관을 운영하고, 그 중 일부를 상품화 하여 판매하는 것을 수익으로 하는 것에 대해 학자들의 입장에서 부정적이기도 하지만, 그 부분을 제외하고 사실 나머지 부분들은 역사 학자의 입장에서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복원하고 유지해 나가는 것이니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부분도 있다는 것. 

역사 석사 과정에 있을 때 코디네이터였던 교수와 함께 공부를 하고 연구를 했던 교수인지라 소개도 따로 받고, 어차피 연구 분야는 다르지만 문화유산에 대한 접근방식 등을 연구해야하는 입장에서 알아두면 당연히 좋고, 이 교수 또한 실크로드 관련한 연구를 하면서 한국에 아는 교수가 있다는 얘기를 듣기도 했고, 그냥 가서 보기에 입장료가 솔직히 비싸서.... 석사 애들 박물관 단체 관람 때에 굳이 따라 나섰다. 

일단 비단학교에 대해 잠깐 언급하자면, 발렌시아는 누에고치를 직접 키워 비단을 추출하던 방식을 오래 전부터 사용해왔던 곳이고 그 생산물의 품질 관리 및 규격 통일의 필요성에 의해 직물검사협회의 점사 장소로 그리고 1479년 국왕 페르난도 카톨리코에 의해 학교 설립 인가를 받았다. 그 이후 확장되어 카를로스 2세에 의해 비단학교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 

그 이후... 여러상황을 거치고 거쳐서 문을 닫고 건물이 버려졌다가 2013년 오르텐시아 재단에 의해 현재의 박물관이 되었고 아직 관광객에게 크게 알려져 있지 않다는 것... 

박물관은 시립도서관 근처에 있는데, 그 입구는 양쪽으로 접근이 가능하다. 한 쪽은 비단학교라고 씌여진 에스쿠도가 있는 입구이고 또 하나는 위에서 보이는 사진처럼, 박물관에서 운영하는 카페-그냥 카페만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다-를 통한 입구. 그 입구 옆엔 무제오라고.. 


마침 갔더니 이미 막을 내린 전시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전시가 되고 있는 실크로드에 있는 국가들의 여성 의복에 대한 전시가 되고 있었는데 입구에 바로 한복이.... 세상에, 이게 몇 년도 디자인이여.. 완전 촌스럽..... 게다가 1층(한국으로 치면 2층임)에 전시되어 있는 복장들과 여러가지 의복과 장신구들은 대부분 중앙아시아의 의복들이 많았고 기모노 세 벌이... 기모노랑 비교하니 저 올드 패션한 한복이 더 서글퍼지고... 물론 이 한복은 박물관이 정식으로 한복 제조 업체 혹은 한복 장인에게 대여하거나 구입한 게 아닌, 어느 한 개인이 오래 전부터 소장하고 있는 한복을 잠시 빌린.... 그래서 아마 이게 더 올드 패션인 수 밖에 없을지도. 

그래도 한복을 보니 반갑기는 했다. 게다가 씌여있는 설명 문구의 영어 스펠링 조차 틀려서.. 헐..... 했지만. 


이 박물관의 대부분의 곳은 다 촬영 불가다. 물론 오리지날이 아닌 카피본을 전시해 두기도 했지만 그 카피본 조차도 이미 최소 몇 십년부터 몇 세기 전에 이 비단학교에서 만들어진 것들이라 조명이나 여러가지 등을 신경써야 하기 때문에. 

모든 부분은 그냥 감사하게 눈으로만 보고, 마지막에 들어가서 본 곳이 기념품 판매소 옆의 옛날 비단 제조 틀. 

그리고 현재 유일하게 남아 있는 옛날 방식으로 비단을 제조하는 장인이 직접 우리에게 기계와 방식을 설명해 주고, 작업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 곳에 가면-사진을 찍지는 않았지만- 이 장인이 1년에 걸쳐 만든 전지 사이즈이상 크기의 직물이 걸려 있고, 현재도 작업 중인 작품이 있다는 것. 

이 할아버지가 직접 작업하는 모습. 


지금은 다 기계로 만들어지지만 여전히 한 곳에서는 그 전통을 유지하려 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이 기계 또한 수동으로 움직이는 기계이지만 어느 현대 기계보다 더 기술적이고 체계적으로 구성되어 만들어 졌다는 것. 실제 작업하는 모습을 보니 신기하기도 하고, 한국의 베틀짜는 모습이 연상되기도 하고. 

현재 작업중인 부분. 저 작은 배처럼 생긴 것들에 각각 비단 실이 감겨져 있고 그걸 하나씩 움직여 디자인을 만든다. 

뒤에 뭉텅이처럼 보이는 것들이 얇은 판 비슷하게 생긴 것들인데 거기에 구명이 뚫어져 있고 그리로 실을 통과 시켜 디자인을 만든다고 한다(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거의 한달 전에 다녀와서).

기계옆 걸려있는 실패들

실제 작업하는 실패들. 디자인을 집어넣기 때문에 아주 얇은 실 사이로 색 실을 넣어 모양을 만드는데... 인상적이었다는. 그리고 저 작은 나무의 갯수로 천의 폭을 가늠할 수 있다고 한다(고 들었던 것 같다. 어흑, 이 망할 기억력... 일찍 글을 썼어야 했나..).

또 다른 기계

그리고 실패들과... 실을 감는 기계...던가.... 아무튼.

이 모든 나무로 만들어진 비단천을 만드는 기계들은 오래 전 비단학교가 있을 때에 사용되던 것들이라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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