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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 이야기/소설같은 일기-일기같은 소설

1.회상

희안이 2017. 7. 13. 03:05

내일이 되면 나는 이제 육십이 된다. 

늘 내가 생각하던 내 인생의 마지막 나이, 그 마지막 순간을 앞두고 있다. 

나는 뭘 하면서 지금까지 살아왔을까. 이 삶이 과연 의미가 있는 것일까.

입 밖으로 죽음을 이야기 하지는 않지만 가끔 내 삶의 부질없음을 깨닫는 순간, 이 세상에 하나의 미련도 남지 않았음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누구 하나 나를 위해 울어줄 사람 없는 이 곳에서 아둥바둥 버티는 게 과연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지. 


아주 일반적이고 평범한 삶을 살고 싶었다. 

어려움도 모르고 그냥 매일 매일 가장 행복한 사람처럼. 그렇게 사는 듯 보였는지도 모르겠다.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모습을 너무 열심히 만들어와서 진짜 내가 누구인지 조차 잊어버린 듯하다. 

나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 

나는 내가 누구인 지 알고 삶을 살아가는 걸까?

이런 의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기 시작하면 가끔 알아달라는 듯 공개적이 곳에 끄적인다. 그럴 때마다 오는 무의미하고 무책임한 답변들.

그들에게 나를 평가해달라는 게 아닌데. 그냥 이게 내가 참다참다 도저히 버틸 수 없어 내지르는 소리라는 걸 눈치 채 달라는 게 전부인데.


미친 듯 일에 몰두해 살던 때가 있었다. 이십대 후반부터 삼십대 후반까지 십년동안.

그 시기엔 아파도 아플 수가 없었고 명절도 가족의 생일도 친구도 없었다.

그냥 먹고 살기 위해, 내가 하는 일에 자리잡기 위해 아둥바둥 애 쓰는 게 전부였다.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평균 6시간 정도밖에 되지 않았고 스트레스로 예민해진 몸을 매일 매일 학대시키는 게 전부였다. 그리고 나름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한 순간 나는 다시 나락으로 떨어졌다. 


누구나 그러하듯이 전공과 전혀 다른 일을 선택했고, 그 일의 호불호를 떠나 무조건 버티며 살아야 했던 그 시간에 유일하게 내게 위로가 되는 건 서점에 가서 전공서적을 보는 것. 책을 보며 혼자 그려보는 상상의 나래는 유일한 안식처이자 휴식이었다. 

잠을 잘 시간조차 제대로 없었던 그 때, 서점이 열리는 시간에 조금이라도 여유가 생기면 미친 듯 서점으로 달려갔다. 행여 주말에 시간이 생겨 친구를 만나도 서점에서 만났다. 눈은 책을 향해 있고 입은 의미없는 회사 일을 쏟아내며. 그리고 늘 생각했다. 나는 딱 마흔 다섯까지만 일을 해야지. 그리고 그 때까지 모아둔 돈으로 그림만 그리며 살거라고. 

어디에서 사는 지 어떤 모습으로 사는 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냥 다시 그림을 그릴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행복할거라고 생각했다. 

모든 건 상상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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