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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새해 다짐 그리고 오지랖 본문

Vida Cotidiana

새해, 새해 다짐 그리고 오지랖

희안이 2018. 1. 3. 06:25
이 곳에 온 지 만으로 4년 하고도 몇 개월, 햇수로 6년째. 또 새해가 되었다.
처음 여기에 왔을 때의 계획-이 있었던가도 흐릿함..-은 어느새 다 틀어지고 꾸역꾸역 버텨가는 시간들을 보내고 난 지금. 학위를 받고 또 다른 학위를 준비하며 살아가고 있다.
원래 내가 계획한 삶은, 내가 생각했던, 상상했던 삶은 이게 아니었는데. 이렇게 오랫도록 '학생'의 신분으로 살아가게 될 줄 몰랐다.
2018년도 작년처럼 친구네 집에서 맞이했다. 다른 친구. 이 곳에서 알게된 친구의 가족들과. 3년 전부터 크리스마스를 같이 지냈고, 그들의 부모님이 이사와서 그 곳에서. 작년에 같이 보냈던 친구네에선 같이 영화보고 저녁먹고 한참을 숟다 떨다 왔는데 올핸 또 다른 느낌으로. 한창 저녁 식탁을 차리다가 연말이면 하는 티비 프로그램-올 해 처음 봤음. 언제부터 시작했는지는 잘 모름-을 봤는데, 그 해의 이슈를 짧은 드라마처럼 만들어서 방영하는 거였다. TVE1의 프로그램인데 호세 모타라는 사람이 그 해의 정치인과 기타등등의 주제를 가지고 하는데 중요한 건 이 사람이 모든 사람의 분장을 한다는 것. 국왕 펠리페 6세부터 라호이, 산체스 등등 정치인들을 분장해서 올해는 중국의 역습(?)을 주제로 어서와 미스터 완다 라는 제목의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어찌나 흉내를 잘 내는 지 감동. ㅋ
그걸 보면서 박나래의 복붙쇼가 일단 생각이 났고, 국왕부터 대통령, 각 정당대표 등 모든 정치인들을 희화화해 극을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 부러웠다. 한국이 정권이 바뀌었으나 언제부터 정치인 풍자릉 대놓고 연말 시상식에서 할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어 조금은 씁쓸했다. 얼른 그런 날이 오기를. 그리고 저녁식사와 자정을 남겨두고 샴페인을 준비. 사실 발렌시아에선 모스카텔이라는 화이트 와인도 마시는데 뭘 마실까하다가 코로나 데 아라곤의 모스카뗄을 마셨다. 그리고 티비에서 들리는 종소리가 아니라 미칼렛의 종소리에 맞춰, 스페인의 전통인 포도먹기. 한 해가 마감하는 12시 종을 치면 종 한 번에 포도알 하나. 이게 생각보다 참 어렵다. 찾아보니 이렇게 포도를 먹기 시작한 기원이 1882년 마드릿 사람에 의한 어쩌구... 라는 얘기와 1909년 포도 농사가 잘되서라는 얘기가 있는데-네셔널 지오그래픽에서 봤음- 포도는 풍요의 상징이고 한 알씩 먹을 때마다 소원 하나씩 비는 게 전통이라고 한다.
그러나.. 사실 소원-을 비는 줄 몰랐다 ㅠㅠ-을 빌며 포도 먹기엔 너무 시간이.. 먹기 바쁠 뿐. 내년엔 좀 더 기술적으로 먹어야지.

새해 첫날을 보내다 보니 올 한 해는 어떻게 살아야하나 어찌되었건 생각을 하게 되는데, 이제 막 시작한 박사과정 때문에 그냥 무조건 쉬지않고 딴 생각 않고 공부하기. 그리고.. 열심히 살기. 그런 거 말고는 딱히.

1월 1일은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이어서 미사를 가야하는 날. 의무 대축일....
겨울이 되며 게을러져 9시 미사는 패스하고 주일엔 거의 12시 미사를 가는데 친구가 산 니콜라스에서 음악감독을 맡은 이후론 거의 산 니콜라스 미사만. 카테드랄 추기경님 강론은..... 아으.. 좀 알아듣기 힘들... 게다가 너어무 길다. 알아듣기 힘든 건 현지인도 마찬가지. 나만이 아니어서 다행이라는 거. ㅎㅎㅎ

올 핸 첫 날부터 오지랖을 떨었다. 아.. 오지랖따위 떨고 싶지 않았는데.
처음 여기에 와서 도시를 알게 되고 역사를 알게 되고 즐기게 되면서 했던 일 중 하나가 오지랖.
워낙 우리 동네에 대한 정보가 없으니, 여행책자 6페이지가 전부인 우리 동네를 보다보니, 그리고 어쩌다 블로그나-사실 다른 블로그들 딱히 궁금하지 않았..- 뭐 기타 등등을 보면 정보가 참....
그래서 가끔 길가다가 한국 사람들을 보면 이것 저것 찾아보라고 막 얘기하는 늙은이 오지랖을 떠는데-심할 땐 외국인에게도 떤다, 하하하- 올 해도 어김없이. 물론 다행인 건 해가 거듭될수록 그 횟수가 줄어든다는 거다.
가끔 이상한 사람 취급도 받고 저거 뭐냐라는 눈빛도 받고 해서.. 기분이 유쾌하지 않을 때가 훨 많아서. 알려줘도 그래서 뭐?라는 눈빛을 보면 호의에서 시작한 일이 기분을 드럽게 만드는 경우들이 종종 있었어서.
이 얘길 왜 하느냐하면... 우리 동네는 그래도 아직 위험하지는 않다. 즉 소매치기나 뭐 그런 사람들이 많지 않다는 거. 파야스처럼 관광객이 거주민보다 더 많은 듯 느껴지는 초 특급 관광시즌을 제외하면 말이다. 그렇지만.. 조심은 해야하니까. 게다가 지난 가을에 카테드랄에서 매일 보는 할머니가 미사 중에 가방을 통째로 도둑맞는 일도 있었고. 물론 평일 아침 9시 미사라 카테드랄에 아무나 막 들어올 수 있는 시간이긴 하지만. 사실 난 딱히 주의하면서 다니는 편이 아닌데 그래서인지 몹시 주의를 받는 편이기도 하고. 그 일 이후론 가방을 옆에 두는 것도 가끔 잔소리를 듣는다. 조심하라고.
아무튼, 저쪽 건너편에 앉아 미사를 너무나 정성스럽게 참여하는 사람이 보여 힐끗 보니 딱 봐도 한국 사람. 혼자는 아니었지만 영성체때 가방을 그냥 두고 나가려길래-그럴거라고 짐작하고 있었다. 한국은 그러니까- 후다닥 가서 가방 조심하라고 얘길해 주고, 미사가 끝난 뒤 다시 가서 주의하라고 얘길 해줬다.
근데 그 사람들은 굳이 이렇게까지 강조를 할 필요가 있느냐는 듯 한 시선이 느껴져서-물론 가방주의와 더불어 산토 칼리스 보고 바실리카도 보고 빈첸시오 부제 렐리끼아도 보라는 첨언도 했다.. 이거이 오바임. 아, 놔- 얘길 하고 나오면서도 좀.... 그랬음.

아주 오래 전에 여행을 하면서 배낭을 털린 젓이 있었다. 3개월 계획으로 나와 열흘만에 밤기차에서 배낭을 털렸던. 어떡해야하나 서럽기도 하고 황망하기도 하고, 여행자 보험은 있었으나 일단 도착한 도시가 경찰은 영어 한 마디 못하고, 영어를 하는 사람을 찾기 힘든 도시였어서 서럽기도 했던. 그런 마음에 한국에 전화했더니 언니가 몹시도 냉정하게 그건 니 잘못이야, 그러니 여행을 그만두고 돌아오든 여행을 계속하든 알아서 결정해!라길래 그 뒤로 늘 신경을 곤두세워 여행을 마무리했었다. 물론 그 여행은 그 날 하루를 빼고는 완벽 그 자체였으나 그 뒤론 늘 여행 때 초 특급으로 신경을 예민하게 곤두세워 다니는 피로감이란...
아무튼 개인적인 경험이 있으니, 그리거 우리 동네에서 핸드폰 도둑맞았다는 얘기-어학원 잠시 다닐 때-를 들은 적도 있고해서 얘기한건데.. 뭐. 그랬다고.

올 해는...
오지랖을 줄이다 못해 없는 한 해로 살아야지. 관광을 하든 말든 뭘 보던 말던 나를 찾아온 사람을 제외하곤 다 모른 척하는 원년으로 삼아야겠다.
늙으니 오지랖만... 에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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