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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적인 나라의 종교색 지우기

희안이 2015. 11. 2. 06:02

지난 5월 스페인의 지방선거가 있었다. 

세계가 다 그러하듯 스페인도 경제위기 이후로 정권에 대한 여러가지 의견이 분분하더니, 우파보다 좌파가 정권을 많이 잡았다. 스페인의 좌파는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의 기자였던 누군가가 썼듯이, 한 정당이 아니라 여러개의 소수정당들의 연합으로 결국 이루어낸 선거 승리이다. 

PP(우파)의 대표인물은 현재 스페인 대통령인 라호이고, 마드리드 시장, 바르셀로나 시장, 심지어 이 곳 발렌시아 시장까지 모두 좌파의 인물들이다, 

좌파와 우파는 여러가지 시각들이 많이 다른데, 대표적인 것이 공공문화에 대한 공유의 관점이랄까. 우파는 보존하는데에 초점을 맞춘다면 좌파는 그 가치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공공문화는 거의 무조건 공유해야 한다는 입장이라 할 수도 있다. 


알다시피 스페인은 카톨릭의 역사가 아주 강한 나라이다. 물론 500여년의 이슬람 문화의 영향을 받은 시기가 있기는 하지만, 그 이전에도 그랬고, 이슬람이 대륙에서 물러간 13세기 중반부터 카톨릭 문화로 모든 것이 만들어진 나라다. 다른 글에도 잠시 언급했지만, 그래서 모든 축제도 카톨릭 문화가 기반이고, 현재 오래되어 유명한 축제들이나 행사들 중에는 종교색을 띈 행사들이 아주 많다. 


각설하고...

발렌시아 시장이 시립 묘지(영안실)의 가톨릭 심볼들을 없애버렸다. 오랫동안 존재하던 성모상과 십자가를. 물론, 10월 9일 발렌시아주 기념일에 몇십년간 카테드랄서 하던 미사에 발렌시아 기가 입장하는 행사 또한 없애버렸다. 종교는 종교고 독립일은 독립일이라고. 

스페인은 카톨릭 국가였으나, 현재는 다종교 국가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성당은 평생 세 번, 태어나서 세례, 결혼식, 장례식. 이렇게 가는 게 끝이니. 그걸 치우는 걸 무어라 하기도 애매하다. 게다가 과거 스페인의 독재자 프랑코 시절, 프랑코는 극 카톨릭주의 였기 떄문에, 그 당시 교회가 프랑코와의 협력으로 저지른 많은 일들이 여전히 사람들에게 남아 있고, 실제 발렌시아에서도 많은 사제들이 내전 떄에 살해당하기도 했다. 반정부(프랑코 반대)군에게. 그래서 교회에 반감이 많은 사람들도 많지만 또 반면에 그러지 않은 사람들도 있으니. 무어라 의견을 개재하기는 힘들다. 


발렌시아 시장의 이러한 행보가 계속 논쟁중에 있다. 누군가에게는 몹시 당연한 일이고, 누군가에게는 말도 안되는 무모한 일이 되고 있는거다. 

지극히 개인적인 내 입장은 시립묘지니까, 거기에 굳이 경당을 둔다면, 모스크도 두고, 개신교 예배당도 두고, 다른 종교 단체의 자리도 마련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도 생각하지만, 여기 사람들에게 사실 종교는 카톨릭, 무슬림 두개가 거의 전부이기 떄문에(참고로, 스페인에서 아마도 제일 큰 모스크가 발렌시아에 있다고 한다).. 무조건 종교색을 없애는 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기는 하겠지만...

좌파가 정권을 잡은 후 끊임없이 종교적 색에 대한 논쟁이 계속 되고 있다. 뭐 외국인이 내 입장에서 무어라 할 수는 없지만, 문화유산에 대한 공부를 한 내 입장에서... 

과연 그들이 종교색을 지우는 게 맞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모든 축제에서 종교색을 지워버리면, 아마 스페인의 축제는 사라지고 말 거다. 당장 파야만 해도, 파야의 꽃인 파예라들의 오프렌다가 있고, 삼왕대축일의 가장행렬이 그러하고, 모로와 크리스티아노 역시 전쟁의 승리를 기념하는 것이지만, 그 승리는 카톨릭의 승리로 취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이 맞고 옳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이 나라에서 종교색을 지우는 것이 과연 얼마만큼 가능할 지 또한 궁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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