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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da Cotidiana

떠나보내는 기억

희안이 2017. 2. 17. 04:57
계절이 바뀌는 시기는 노령층에게 그닥 좋은 때가 아니다. 기후의 변화는 신체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어 갑작스러운 이별을 준비 해야 하는 경우들이 많으니까.
이번 달 들어 몇 번의 장례식 소식이 있었다. 물론 여기에서 내가 직접적으로 아는 사람들은 없지만 지나가다 본 사람들이 워낙 많으니까.

어제 아침 교구 페이스북에 까노니고의 선종 소식이 실렸다. 90세를 몇 달 남기고 선종한 그 신부님은 음악가로서 작곡가로서 오르가니스타로서 오랫동안 카테드랄에서 일을 해왔다. 작년인가부터 약간의 치매증상이 있는 듯 사람들을 잘 알아보지 못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수호성인 대축일 미사라던가, 부활이나 성탄때엔 전 곡은 아니지만 몇몇곡을 직접 지휘하기도 했던 분이다. 마지막으로 본 게 불과 한달도 채 되지 않은, 지난 연말 몸이 좋지않아 병원에 계신다는 얘길 들었었는데 그래도 1월 비센떼 순교자 축일(발렌시아의 수호성인임) 미사에 지휘도 하고 얼굴도 비쳐 아,, 좀 나아지시나보다 했더니 갑자기 선종소식이 올라온거다.
여기 장례식 일정은 참 특이하다.
한국처럼 조문, 뭐 이런 거 없다. 어찌보면 이미 때가 다가왔기 때문에 가족들이 더 가까이서 준비하고 있으니 그럴지도.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으면 그 다음날 장례미사, 장례식, 그리고 안장까지 다 끝낸다. 연도도 없고, 누군가 찾아와서 조문하는 것도 없다. 그게 설령 주교였었어도.

장례미사가 다 끝나고 선종한 까노니고와 동연배의 다른 신부님을 봤다. 대부분 까노니고들은 70대 이상이다. 그 중 거의 90에 가까운 분도 있다. 장례 미사가 끝나고 인간으로서는 참 슬프지만 이제 돌아갔으니 기뻐해야한다는 얘기를 하시며 인사를 나누고, 돌아가는 길에 장의차에 잠시 시선을 두는 모습을 보니 왠지 모르게 짠했다. 짧게는 일 이년부터 길게는 몇 십년을 함께 지냈던 누군가를 그렇게 떠나보내는 모습이 또 여러가지 생각을 가지게 했다.

그리고.... 운구차량이 알모이나를 빠져나가 그 분의 고향으로 가는 동시에 파블로 할머니의 소식을 들었다.
이미 몸이 많이 안 좋으신 상태였고, 약간의 치매 증상과 마지막을 준비하시는 지 어느 순간부터 계속 옛날 애기와 돌아가신 할아버지 얘기를 하셨다던, 최근의 일에 대한 기억이 점점 없어져 가는 그 와중에도 이상하게 나는 너무 확실히 기억하고 계시다며, 어느 날 갑자기 내가 잘 지내느냐는 질문을 하셨다는 얘길 들었고.. 지난 크리스마스에 함께 식사를 하고 집에 찾아가 인사했던 게 마지막이었고, 다들 떠나 보내드릴 준비를 하고 있다는 얘길 들었는데, 그렇게 가셨다.
할매생각이 또 났다.
우리 할매. 외롭게 떠난 우리 할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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